[리뷰] 편의점인간(コンビニ人間, 村田沙耶香저)

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소설 "편의점인간"은 2016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한국어를 포함한 세계 각국언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아래 사진)

나는 일본어 공부겸 일본어로 읽고 리뷰를 써본다.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음

コンビニ人間

한국어 번역본, 살림출판사

왜 읽었나

일본에 온지 얼마 안됐던 때에, 읽기 쉬워보이면서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일본어 공부용으로 읽어보려는 생각으로, 북오프(일본의 프랜차이즈 중고 책방)에서 눈에 들어와서 샀다. 책이 얇고(중편소설이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보이면서도,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품이라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내 일본어 실력으로는 모르는 단어를 체크하다보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한 채로 책장에 꽂아뒀던 것이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일본어가 좀 늘어서,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좋은 책에 대한 나의 기준

시간 때우기 용 책과 좋은 책(너무 막연한 표현같지만, 다른 표현이 잘 생각이 안 난다)의 차이점은, 

독자를 변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그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변화가 없다면, 그 책의 가치는 시간을 때워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독자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제공해준다든가 하여, 독자가 그 책을 읽음으로써 읽기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게 하는 책이다.

따라서 좋은 책인지 시간 때우기 책인지는, 누가 읽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땠나

편의점인간은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편의점은 많지만, 일본에 온 뒤 편의점은 내 생활과 더욱 밀접해진 것 같다.

일본의 편의점에는 거의 없는 게 없기도 하고, 또 우리 동네에는 편의점 말고는 딱히 있는 게 없기도 해서,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편의점에 간다. 

하지만 편의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무심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던 편이어서, 

편의점이라는 소재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인 후루쿠라는 어린 시절부터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아마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의 기준에 부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의도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단지 공감능력이 없을 뿐이다.

주인공은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가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단받게 된다.

 

실제로 주인공같은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모두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든 우리의 자유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르게 살아가면 사회에서 배척당한다.

"30대에, 미혼에, 알바나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뒤에서 수근거리고, 

왜 결혼은 안 하느냐, 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지 않느냐, 라고 조언같은 질타를 하는 것은 아마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할 것 같다.

 

편의점이라는 무대도 그러한 세상의 축소판이다.

세세하게 짜여진 편의점 알바 매뉴얼에 따라서 행동하면 동료로서, 점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뭔가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배척당한다.

 

편의점과 편의점 밖의 세상이 다른 점은, 세세한 매뉴얼이 있는지 없는지이다.

편의점 점원으로 있을 때의 주인공은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면 되었지만, 

매뉴얼이 없는 세상에서는 뭘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충돌한다.

편의점 밖 세상은 결국, 자유를 가장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알고 보니 재밌는 점

주인공인 후루쿠라 케이코는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으로, 18년째 편의점에서만 일하고 있다.

읽고 단 뒤 알았지만, 작가 또한 실제로 편의점 점원으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자세하고 실감나는 묘사가 가능했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