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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혹은 잡학

[리뷰] 아몬드 (손원평 저)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에 이어, 한국 소설들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 대중음악에 비해 소설에는 한류랄게 없고 일본에서 한국 문학의 존재감이 없었는데, 

최근에 급격히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K-pop스타들이 추천한 영향도 있다고 하는데, 감성적으로 일본과 한국이 비슷한 면이 많아서라는 평이다.

 

2017년 출간된 한국소설 "아몬드"는 2020년 번역소설 부분에서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권 소설 중에는 최초라고 한다.

나는 일본 서점에서 처음 접한 뒤, 전자책으로 한국어판을 구입하여 읽었다.

일본에서 번역소설로 상을 받은 책이니, 일본어 번역판도 조만간 읽어보려 한다.

 

얼마 전에 "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 저)을 읽은 뒤에 "아몬드"를 읽었는데, 

두 소설은 소재가 비슷하다.

둘 다 주인공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다만 "아몬드"의 주인공 소년 "윤재"는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에 비해 입체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주인공의 나이에 따른 차이도 있을 것이다.

윤재는 소설에서 중고등학생이고, 후루쿠라는 30대 중반이다.

중고등학생이라는 것은 성장기라는 것이고, 역시 아몬드의 흐름은 주인공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반면에 후루쿠라는 평면적인 캐릭터였고, 다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을 잘 숨길 수 있기도 하고 크게 충돌하기도 했다.

편의점 인간은 그런 스토리를 통해 사회적 관습의 특징을 보여준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아몬드는 윤재가 변해가는 모습과 윤재의 주변 사람들, 특히 곤이와 윤재의 스토리를 통해서 인간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냥 인상깊었던 몇 구절만 아래에 옮겨본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윤 교수는 곤이를 낳지 않는 쪽을 선택했을까? 그랬더라면 그들 부부는 그 애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다. 아줌마는 죄책감에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거고, 회한 속에 죽지도 않았을 거다. 곤이가 저지를 골치 아픈 짓들도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역시 곤이가 태어나지 않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그 애가 아무론 고통도 상실도 느낄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은 의미를 잃는다. 목적만 남는다. 앙상하게.

 

아몬드 (손원평 저)